아버지 집엔 가훈이 담긴 액자가 있다. 응접실 피아노 위에 있어 조금만 시선을 두어도 찾을 수 있는 곳에 액자가 걸려있다. 누구든 아버지 집을 방문한 사람이라도 쉽게 보일만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예쁜 나무액자 위에 궁서체로 멋있게 쓰여져 있다. 글귀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만한 "아버지는 믿음으로, 어머니는 사랑으로, 자녀는 순종으로" 이다. 가정예배를 드리는 날이면 그 큰 글귀가 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액자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몇해 전이었던가 아버지가 액자를 집에 가지고 오시던날이 기억난다. 내가 아는 한 우리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같은 건 없었다. 잠시동안 증조 할아버지랑 살아본 적도 있지만 가훈이란 걸 듣거나 본적이 없었던 거 같다. 아마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마찬가지지 아니였을까 싶다. 아버지께서 그 가훈을 세우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는 반항심 가득하고 철없던 사춘기 아들인 날 구속하기 위해 말로만 훈육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낀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을 형상화 해 걸어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훈이란 것에 대해 과장된 부정적인 반응과 투덜대던 기억이 난다.
가훈으로 삼을만한 좋은 성경구절은 수없이 많다. 아니, 성경 자체가 복된 소식이기에 어느 말씀을 써도 다 좋은 가훈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좋은 교훈이 담긴 가훈들도 많다. 우리집에도 두어개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무엇, 다른 것을 생각하셨던 것이다. 그 가훈은 오래동안 고민과 기도 끝에 어머니에게 아들들에게 그리고 아버지 자신을 위한 선택이셨던 것이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믿음의 모범이 되시길 바라신 것이고 어머니는 어머니로서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사랑을 가슴에 품으시길 또 자녀는 그 믿음과 사랑안에서 순종함으로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길 바라신 것이다.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 (잠1:8)"는 말씀은 아마도 솔로몬이 나이가 들어 자식인 여로보함에게 남긴말로 솔로몬 그 자신의 삶보다 그 아들은 더욱 복된 삶을 바라는 아비의 마음으로 여호와를 경외하라 말하고 또 아비의 훈계를 들으라 말한 것이 아닐까.
어느덧 세월이 흘로 나는 이제 아버지이자 자녀로 사는 삶을 살고 있다. 자녀이지만 동시에 아버지가 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깨달음도 커진 것인지 가훈의 글귀 또한 달라 보인다. 철없던 그때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부당한 것이 더 많고 억울하고 내 삶과는 맞지 않고 노파심에 하시는 '잔소리' 로 치부했던 적이 많았지만 이제 난 내 자녀에게 순종을 가르치고 더 나아가 강요도 한다. 내가 어린시절 그렇게 듣긴 싫었던 말인 "말좀 들어" 라고 자주 얘기한다. 내 딸은 나처럼 반항하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순종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버지꼐서 그러하셨듯이 나는 믿음으로 하나님께 바로 서는 모습을 보이고 또한 딸아이에게도 든든한 믿음을 줄 수 있는 큰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먼저 잘 해야할 것이라 스스로 다짐한다. 딸아이가 이제갓 4살이지만 곧잘 문장이 맞지않는 기도를 하는데 요즘들어 하나님 영광이란 말을 기도할 때마다 자주 쓴다. 뜻은 알고나 하는 지 모르겠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이 바로 하나님께 영광된 삶이 아닐까 한다.
내가 어린시절 아버지 손에 이끌리어 교회에 나가듯 지금은 내가 내 아이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가는 내 모습을 보며 아버지께서 내게 보여주고자 했던 그 믿음의 삶과 기도의 삶을 이젠 내가 보여주고 싶다. 이제 그 가훈은 나와 내 가족의 가훈이 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