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소리
10호

밧모라는 수도원

11/19/14   김유태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졸업 / 장로회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신학석사 / 드루 대학 신약학 박사 (Ph.D)
조이플장로교회 담임목사

밧모(Patmos)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그 길이가 약16km에 이르지만 폭은 약 1km도 안 되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현 터키 밀레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56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 구사다시 항구에서 약 100km 떨어진 에게해의 섬이다. 이곳으로 가려면 터키의 구사다시에서 용선하여 가게 되는데,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밧모섬에는 요한이 계시를 받은 현장으로 추정되는 동굴이 있다. 그 동굴의 길이는 약 6.5m, 폭이 5.5m 정도인데, 요한은 어느 주일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동굴 입구에는 "그가 큰 음성으로 가로되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라 이는 그의 심판하실 시간이 이르렀음이니 하늘과 땅과 바다와 물들의 근원을 만드신 이를 경배하라 하더라" 라는 요한계시록 14장 7절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밧모섬 항구인 스깔라(Skala)에서 올려다보는 최정상 호라(Chora)에는 주전 4세기에 세운 아르테미스(아데미) 신전 터 위치에 1088년 크리스토둘로스('그리스도의 종'이란 뜻)가 세운 '사도 요한의 기념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은 동서길이가 70m, 남북길이가 50m, 성벽 높이가 15m로 마치 하나의 요새인 城처럼 건축되었고, 수도원내 도서관에는 여러 필사본과 인쇄본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재부교회의 입구 쪽에는 모자이크와 은으로 만든 관 속에 그의 유골로 추정되는 것이 보존되어 있다. 이 수도원은 비잔틴 분위기를 갖추었으며 성벽이 견고하고 길어서 섬 전체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수도원이다.
요한은 이 외떨어진 섬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계시록에는 '바다'가 26번이나 언급된다. 짐승은 바다로부터 출현하는데 (13:1), 로마제국은 그 눈앞에 보이는 바다를 장악한 자들이다 (18:17-19). 그런데 요한은 이런 계시를 받는다. 결국 마지막 주의 날에는 섬들과 바다가 제거될 것이고 (6:14), 새 하늘과 새 땅이 올 것이지만, 새 바다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21:1). 그래서 사도 요한은 본토로부터 유리된 작은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지만, 영원하신 하나님의 임재 속에서 거대한 '제국의 힘'을 재평가하게 된다.
목회, 신앙생활 내지는 교회와 관련하여 요한이 '밧모'라는 수도원에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요한은 성경읽기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을 것이다. 요한은 그 이전에도 예언을 하였겠으나, '밧모'라는 섬에 갇힌 이후로는 더욱 하나님의 말씀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사도 요한은 에스겔의 두루마리를 받아 먹는다. (10:8-11, 겔 2:1-3:3) 물론 요한계시록은 예수님께서 환상을 보여주심으로 그것을 기록한 것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구약 성경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 1, 2, 7-12장, 출 3, 7, 9, 19장, 사 2, 4, 6, 13, 23, 24, 34, 40, 41, 44, 48, 49, 51, 52, 61, 63, 66장, 시편 47, 89, 130장, 스가랴 1, 4, 6, 12, 14장, 에스겔 1, 7, 10, 26-28, 32, 38, 39, 43, 47장, 왕상 22장, 대하 18장. 창 49장, 렘 14, 51장, 요엘 1 -3장)

둘째, 요한은 현재 교회의 어려움에 집중하지 않고, 눈을 높이 들어 '처음과 나중'이 되는 분을 바라보는 특권을 얻게 된다. 요한은 유배지에서, 부활하셔서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예수님을 찌른 자들도 결국은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를 보고 애곡하게 될 것을 확신하게 된다. (1:7) 그가 만난 예수님은 죽임을 당한 어린양으로 자기희생을 통해 승리하는 분이기도 하지만, 또한 강력한 권위와 능력으로 죽음과 생명을 주관하고, 현재에도 온 세상을 통치하는 전권자이시다. (계1:13-18).
셋째, 요한은 현재 어려움에 처한 교회를 돌보시는 주님을 알게 된다. 1장 12절에 보면 요한이 몸을 돌이키는 모습이 보인다. 이전에는 환난과 오래 참는 인내만 하다가 (1:9) 이제는 새로운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도원은 살아 계신 예수님을 만남으로, 관점에 급격한 변화를 체험하는 곳이다. 인자이신 예수님은 놀라운 권세 있는 모습을 하시고 교회인 촛대 사이를 거닐며 그들을 돌보고 계신 것을 보게 되었다. (1:12-16) 요한은 교회의 핍박이라는 상황 속에서 세상의 현실보다 더 무서운 인자를 만나고는 죽을 것 같았으나 (17절), 역사와 우주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인자의 따사로운 손길로 만져주심을 경험하고는 다시 살아난다. (1:17-18) 수도원에서는 우리가 거룩한 하나님을 만나고 죽는 체험을 하기도 하고, 그 분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심으로 영이 살아나는 체험을 하기도 한다.

넷째, 요한은 교회의 현실에 대한 분별력을 얻는다. 요한은 예수님으로부터 책망을 받고 아시아의 7교회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때론 목회의 현실이나 또는 우리의 삶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혼돈과 혼동 속에서 영적 분별력을 얻으면, 교회와 인생이 정리된다. 요한은 밧모라는 수도원에서 그런 영적 분별력을 선물로 받는다.
또한 요한은 현실의 교회의 어려움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위로, 칭찬, 격려, 그리고 상급에 대한 약속을 받는다. (2장과 3장) 사실 아무리 현실의 목회와 신앙생활이 어려워도, 우리 주님이 다 알아주신다는 확신만 얻으면 넉넉히 이겨나갈 수 있다. (2장2절, 9절, 13절, 3장 8절)
그뿐만 아니라, 요한은 현재 교회의 타락한 모습, 나태한 모습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받는다. 이렇게 수도원 영성은 우리 현실의 영적 더러운 문제들을 예수님의 불꽃같은 눈이라는 시각을 통해 뚫어지게 보게 해주고, 예수님의 피에 적시어 깨끗이 빨도록 해준다. (계 22;14-15)

다섯째, 요한은 조용한 중에 참된 예배의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요한은 천상에 있는 은혜의 보좌로 올라가는 축복을 받는다. 거기에서 거룩한 하나님 천사들이 드리는 예배를 목격한다. (4장 11절) 그 예배의 내용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며, 모든 이들이 그 하나님께 겸손히 복종한다는 것이다. (4:8) 요한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예배를 통해 믿음을 회복한다. 그리고 역사를 좌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가 바로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 이라는 것을 요한은 재발견한다.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은 헛수고를 한 것이 아니다 (5:6).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고생하며 예수님을 믿는 모든 이들의 기도도 역시 헛되지 않다. (5:8) 교회의 현실은 막막하다. 그래서 성도들은 울부짖는다. 하나님이 도대체 언제 신원하여 주실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6:10) 그러나 때가 차면 하나님은 반드시 갚아주실 것이라는 말씀으로 요한은 수도원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 (6:11) 동시에 더 큰 고난과 심지어는 순교까지도 모든 것이다 '하나님의 계획' 하에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결국 하나님은 의를 위하여 희생하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눈물을 모두 닦아 주실 것이다, (7:17) 성도들의 희생, 그들의 기도는 반드시 응답됨을 요한은 수도원에서 환상 가운데 본다. 성도들이 삶으로 드리는 기도에 천사의 능력이 합쳐져,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심판이 나타난다는 것도 요한은 알게 된다. (8:3-5)
그리고 요한은 왜 이 세상에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한 고난이 끊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 받는다. 그것은 그들이 거짓종교를 섬기며(우상숭배), 회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9:20-21) 동시에 심판을 통해 회개의 기회가 계속 주어지는 것도 깨닫게 된다. 즉, 심판도 고생도 심지어 순교까지도 모두 은혜라는 것이다. 요한계시록의 신학은 특이하다. 요한계시록에서는 ‘인내하라, 극복하라, 승리하라, 그러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주리라, 하늘나라의 생명나무의 열매를 주리라’와 같은 권고와 약속의 말씀들이 수도 없이 울려 퍼진다. 그런데, 요한계시록에서 사실 승리하는 자들은 사단-마귀에게 핍박당하거나 순교하는 자들이다. 즉, 죽임을 당하는 것 자체가 곧 승리라는 것이다.

여섯째, 요한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상응하는 천상의 일들을 알게 된다. 현실에 여러 목회의 어려움이 있는 그 배후에는 사단-마귀와의 영적 전쟁이 있음을 요한은 보게 된다. 물론 목회 현장에서도 그런 영적 진실을 보지만, 수도원에 들어가 깊이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과 가까이 지내며 예배를 드리다보면, 선명히 악의 정체가 밝히 드러나 보이게 되는 것이다. (12:9) 물론 성도들은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의 본보기를 따라 자신의 생명을 내어 놓기에 이 악과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12;11) 요한은 동시에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 악한 정치권력, 그리고 인간을 억압하는 경제 시스템 그 배후에는 거짓종교와 사탄의 세력이 있음을 보게 된다. (13장) 그들의 세력은 강하며, 그 미혹하는 매력 또한 대단하다. 그러나 택하심을 받은 자들은 어린양이 어디로 가든지 반드시 그 분만 따라 갈 것이다, (14:4) 그뿐만 아니라 현재에는 난공불락이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거대한 산처럼 보이는 권력과 종교와 경제 시스템도 결국은 무너질 것에 대한 예언을 받는다. (14:8) 물론 현실에서는 악의 세력에 치어 성도와 목회자가 죽임을 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요한은 그렇게 죽은 자들에게 복이 있다는 말씀으로 위로를 받는다. (14:13) 요한이 받은 계시 중에 최고는 아마도 영적 전쟁을 치르는 방법에 대한 것일 것이다. 성도들은 전도와 순교로 사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12;11) 그리고 최후의 영적 전쟁은 144,000의 성도의 군대와 사탄의 군대의 싸움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에 의하여 졸지에 허무하게 악한 자들이 없어진다는 것도 알게 된다. (계20:9)

일곱째, 요한은 만물의 마지막에 대한 예언적 계시와 더불어 신앙생활의 핵심에 관한 계시를 받게 된다. 요한 계시록의 핵심은 결국 음녀와 신부의 대조라고 나는 파악한다. (17:1, 21;2,9) 음녀는 세상을 다스리는 큰-도시(바벨론, 구-예루살렘, 황제를 숭배하는 로마제국의 도시들)에 속한 자다 (17:18), 반면에 신부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새-예루살렘에 속한 자다. (21:2, 9-10) 음녀는 거짓 종교를 숭상하는 자로 세상의 정치적 권력, 금권, 상권, 교권으로 자신의 힘을 삼는다. 신부는 오직 예수님만 사랑하는 자로, 그런 우상숭배에는 절대로 물들지 않는다. 요한은 '밧모'라는 섬에서 갇히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이런 깊은 진실을 깨닫고 진리에 이르게 된다. 오늘날의 교회는 과연 음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신부가 될 것인가? 그렇다면 오늘날 시급한 것은 교회가 밧모섬과 같은 그런 수도원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Beale G. K., The Book of Revelation: New International Greek Testament
Commentary. (Grand Rapids, Eerdman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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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seguie James L., Revelation of John, The: A Narrative Com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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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Robert, L., Revelation: An Exegetical Commentary, vol 1 and 2.
(Chicago: Moody press, 1992 & 1995)
Wilson, Mark, Charts on the Book of Revelation: Literary, Historical,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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