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
10/16/14
김현섭

서울대학교 경영학사
하바드대학교 통계학 석사
2012년 듀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현재 코넬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조교수
제가 교회를 다닌것은 부모님을 따라서 아주 오래전부터입니다. 지금도 어릴때 교회 다녀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사먹었던 군것질 거리와 주일학교에서 매달 있었던 '달란트시상식'에서 먹었던 떡볶이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신앙생활과 교회봉사에 열심이신 할머니와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 신앙을 "물려받은" 저는 주일예배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지만 교회활동에 대한 웬지 모를 어색함과 부담감, 그리고 입시공부 등을 핑계로 신앙생활에는 열심을 내지 못하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밍숭맹숭한 신앙생활을 하던 저는 대학교 입학 첫날 선교단체의 한 형제로부터 사영리에 기반한 복음을 들었습니다. 복음을 들은 후 그 형제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겠습니까?' 라고 물었고 그때 마음속에서 감동같은 것이 밀려와 '예' 라고 대답하고 함께 영접기도를 했던 것같습니다. 그후 일년 여 동안 그 선교단체에 속해서 성경도 읽고 훈련도 받으며 약간의 신앙 성장이 있었지만, 활동을 하면서 제 개인적인 생활방식과 선교단체의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활동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대학교와 직장, 그리고 미국에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10년여간을 주로 주일에만 교회에 출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혹시 교회의 형제나 자매가 청년부 출석을 권유하면'다음에 가 볼께요' 라고 대답하고 사라지곤 했고, 혹시 몇달간 모임에 나가다가도 곧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때에는 제가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열심히하며, 나름대로 의미있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뒤돌아 보니 그때의 제 삶은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을 추구했던' 삶이었습니다. 특히 지적인 충만감과 학업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지만 항상 쫓기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또 항상 제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사람과 일에 대해 경계하는 마음을 놓지 못했습니다. 즉, 제가 제 인생의 주인인 것처럼 살았고, 그래서 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 박사 과정 2년차 논문 자격시험을 마치고 마음을 좀 놓고 있을때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지셨다는 충격스러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저는 바로 한국으로 날아갔고 그후 몇 달간은 저희 가족에게 사투와도 가까운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계신 어머니를 보면서 저는 처음에는 어떤 의지할 곳을 찾았고 조금 후에는 우리의 삶을 이렇게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생해 본적이 없을 만큼 기도에 매달렸고, 몇년 전에 사놓고 펴보지 않던 Purpose Driven Life를 새벽에 읽으며 내가 왜 세상에 살고 있는 지를(즉,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함을) 그제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때 예수님을 제대로 마음 속에 받아들였다고도 느껴집니다. 그후 어머니의 회복과정은 물론 힘들었지만, 하나님께서 세상을 주관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가족이 아무리 노력을 한들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지 않으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어머니께서 회복하신 후 미국에 돌아와서는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성경과(유학을 떠날때 어머니가 사주셨지만 부끄럽게도 몇년동안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 나누어준 Our Daily Bread (오늘의양식)를 매일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동안 성경을 거의 읽지 않아서 본문 말씀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는데 그때 Daily Bread에 있는 예화들과 짧은말씀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1년 정도 이렇게 말씀을 읽으며 차츰 성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 올때 쯤 문득 '아, 나는 왜 혼자서 집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웬지 모르게 제가 읽은 말씀과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청년부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박사과정 3년동안 주일예배만 드렸을뿐 청년부에 전혀 발걸음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나가려고 하니 어색하고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망설이던중 제 친구인 한승진 형제가 저를 초대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부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승진 형제는 저와 대학동기이고 석사과정에서도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석사 1년차까지는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고 저와 하나님이 있는가에 대해서 논쟁을 할 정도로 신앙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후 예수님을 영접하고 정말 다른사람이 되어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또한 마치 우연과 같은 하나님의 계획으로 제가 다니던 학교 바로 옆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게 되어 저를 그 교회로 인도해 줄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늦게 예수님을 만났지만, 저와 같은 지역으로 공부하러 오게 되어 저를 교회로 이끌어 준 그 친구와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놀랍고 빈틈이 없다고 새삼 느낍니다.
그후 생전 처음으로 수련회에도 참여하고, 무엇보다 주말마다 세시간이 넘는 성경공부와 중보기도를 하는 청년부 활동들이 너무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서로 교제하는 즐거움 속에서 제 마음 속의 무언가 어두웠던 부분이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활의 많은 면에서 저를 내려놓고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시면서 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많은 회복이 있었습니다. 특히 지금은 제 아내인 민이영 자매와 함께 청년부 활동을 하며 둘의 관계도 예수님 안에서의 교제로 변화되고 회복되었습니다.
또한 박사과정을 마칠때쯤 시작한 일대 일 제자양육이 제 신앙 성장과정에 큰 도움과 도전이 되었습니다. 사실 졸업논문과 학교취업 인터뷰를 앞두고 바쁜중에 16주과정을 마칠 수 있을까 망설이던 중 목사님의 권유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바쁜기간에 제자양육을 받아 양육자와 기도 제목을 나누며 많은 기도응답을 경험하는 은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전에는 주로 혼자 성경을 읽으며 산발적으로 알고 있었던 성경구절들을 중요한 주제별로 정리된 교재를 따라 읽으며 그 뜻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T와 설교요약, 성구암송훈련을 받는 것과, 그리고 무엇보다 양육자와 매주 만나서 삶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는 것이 제 신앙생활을 점검하고 경건생활을 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미국에 올 때 저는 제 마음속의 성공에 대한 야망과 욕심때문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몇년후 공부를 마칠때에는 하나님이 저를 미국으로 보내신것은 예수님을 제대로 만나도록 하기 위함임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제 삶은 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시간과 물질과 재능으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박사과정을 마치고 코넬대학교로 오게 되었을때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무슨 일이 되었던, 그곳의 교회에서 필요한 일에 쓰임받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를 이타카로 함께 보내주신데에는 저희가 함께 하나님을 섬기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으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신앙경험이 짧고 부족하지만, 이곳의 코넬한인교회에서 제 아내와 함께 조금이나마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일인만큼 제가 공부하는 재무분야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통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특히 한국의 학계에 저의 연구를 통해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제삶을 돌아보면 '그동안 저를 예수님 곁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저를 하나님 안에서 길러주신 부모님과, 대학 신입생때 복음을 전해준 선배, 유학생활 초반에 제가 신앙이 약할때 교회에 가자고 격려하고 매주 라이드를 줬던 친구들과 선 후배들, 그리고 저를 청년부 모임으로 인도하고 제자 양육해 준 형제들과, 저에게 신앙생활의 도전과 격려를 준 형제 자매와 집사님들, 그리고 목사님들이 없으셨다면 저는 복음을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예수님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저를 구원의 길로 인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려서나마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구원의 은혜만큼 저도 다른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지체들을 격려하고 섬기며 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