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교회
10/26/14
호성기

필라 안디옥교회 담임목사
세계전문인선교회(PGM) 국제대표
한인세계선교 동역 넷트웍(KIMNET) 회장
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 공동의장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졸업
예전에 아버지께서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기억하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에게 글과 숫자를 가르치고 졸업을 시켜주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눈물이 나셨다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여느 부모와 같이 대견해 하고 때론 감격해하면서, 가끔 그때 아버지의 포커스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왜 아버지는 그때 내가 아니라 선생님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을까. 법 없이도 사실 분인, 그러나 무신론자이셨던 아버지가 결국 하나님 앞에 서시고, 70 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중국 변방 선교를 떠나셔서 10년간 미국 장로교 파송 선교사로서 사역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의 초점 역시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 뒤에서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 분께 있었습니다.
선교 떠나시기 한참 전, 선인장의 강인함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께서 뒤뜰에 아예 선인장 온실을 지으셨더랬습니다. 그 곳에는 수백 개의 선인장들이 추운 겨울을 모르고 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랐는데, 아버지의 온실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이 새로 개발한 접목 선인장에 대한 열정에 찬 설명을 들을 때면, 그곳이 '아버지의 세계'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뽑아버리면 그만인 조그만 문제와 사랑할 대상이 있는 '어린 왕자'의 작은 별 같은. 그 당시 나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당신만의 세계 속에서 만족하셨던 아버지를 행복한 순종의 모습으로 척박한 중국 땅으로 보내셔서 세상과 교류하게 하신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법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두렵고 힘들 때, 돌덩이 같은 한계에 부딪쳐 포기하고 싶을 때, 세상의 소용돌이를 피해 안주하고 싶을 때, 날 붙잡아 주는 견고한 닻 같은 별 하나 마음에 품고 있지 않을까요. 나에게 그것은 '나의 교회' 더 정확히는 내가 다니는 교회였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고, 또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이 있듯이, 교회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탕자의 고향 아버지 집처럼.
우리 가족이 섬기는 교회의 팰팍 중고등부 영어예배가 교회사정으로 예닮원으로 합쳐지게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예배를 위해 여러 방면의 다각적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생각 같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까요.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장년부 예배를 드리면서 아이들에게 통역을 해 주는 방법을 택해 봤는데 설교는 들을 수 있었지만 또래들과의 교류가 없어지고, 한국어 중고등부 예배는 한국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부분적으로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수준의 설교였습니다.
하여, 아이들이 또래와 함께 예배를 드리고 믿음을 키워갈 수 있는 근교의 교회를 찾다보니 내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교회 헌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리셉션처럼 활기에 가득 찬 교회도 있었고, 밖의 벌레 소리가 들릴 듯 고즈넉한 교회도 있었습니다. 결속된 공동체의 모습에 젖동냥하는 심정으로 찾은 나의 마음이 뜨거워졌던 때도 있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마음으로 드리는 예배의 모습에 함께 기도의 손이 모아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나의 '교회' 에 대한 애착이 사실은 나의 이기심이 투영된 매너리즘에 빠진 집착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고 '내' 교회 너머의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 뉴욕타임즈지에는 '화성 과학 실험실'로 불리는 Curiosity 로버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10년 전 여름, 화성의 물 탐사를 위해 발사된 나사의 쌍둥이 로버는 에어백으로 꽁꽁 싸서 화성에 떨어트렸지만 작년에 화성에 착륙한 Curiosity 는 큰 크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지요. 그래서 긴 줄로 묶어서 내려 보냈습니다. 우주에서 내려오는 동아줄이라니,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지요. 사실, 이 계획을 브리핑 받은 나사 (NASA) 관계자는 "미팅에 오기 전부터 크레이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확실히 크레이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도 있다고 생각한다." 며 그 계획을 허락했다고 합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갔지만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많았던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팀워크이었지요.
뉴저지에는 많은 한인 교회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있는 팰리사이드 팍만 해도 10개가 넘는 작고 큰 교회가 있지요. 새 신자 아닌 새 신자가 되어 이 교회 저 교회들을 방문하다 보니 어려운 교회들의 필요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고, 주님의 몸된 교회들이 서로의 resources 와 프로그램들을 나누고,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시설을 오픈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품 등을 나누고, Inter-library loaning 같은 시스템으로 북 카페를 서로 오픈 할 수도 있겠고 커뮤니티의 일에 함께 동참 할 수도 있겠지요. 한 예로, 팰리사이드 팍 내에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눈 치우기'사역에는 팰리사이드 팍에 있는 세 개의 교회들이 동참해서 훨씬 힘도 덜 들고 보람되었던 적도 있었고, 아가페 사역에는 2세 교회의 청년들이 와서 영어를 가르쳤던 적도 있습니다. 많은 잠재력과 열정을 가진 한인 교회들이 상호 협력하여 부족한 교회를 돕고, 한마음으로 지역사회를 섬길 때 풍성히 열릴 많은 열매를 소망하며, 그동안 교회의 일원으로서 인내와 헌신이 부족했던 나의 불순종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나의 '별'에서 끌려나왔다고 불평하던 나를 붙잡고 매주 소풍을 가주신 주님. 이일로 하나님과 멀어질 것을 두려워했던 나의 어리석은 걱정과는 반대로 작은 곳에서든지 큰 곳에서든지 당신을 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시는 방식은,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살얼음 판 위에 서있다고 생각한 때도 돌아보면 주님의 따뜻한 품안에 있었고 또 다시 돌아보면 주님의 손길과 보살핌이 없었을 때가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이, 소풍 나온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주님이 쓰시고자 하는 곳에 바쳐지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