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소리
9호

하나님의 보상체계와 무조건적인 사랑

11/03/14   윤영준

2006 서울대학교 조경학 / 경영학 학사
2006-2010 SK해운 인력관리팀 근무
2012 Master of Industrial and Labor Relations, Cornell University
현재 Cornell University에서 인적자원관리 (HR Studies) 박사과정 재학 중
현재 코넬한인교회 집사

인적자원관리 와 보상(Compensation)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성경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일꾼의 품삯'에 관한 비유 부분인데요, 이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인적자원관리와 보상의 분야에서 중요한 이론적 기반 중 하나인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 의 측면에서 봤을 때 포도원 주인의 행동이 쉽게 이해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비유에 대해 묵상을 하고 하나님께서 왜 세상의 이론과 반대되는 일화를 성경에 기록해 두셨을가를 고민해보면,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한 당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우리에게 당신의 보상체계를 이해시키기 위하셨음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포도원 일꾼의 품삯'에 관한 비유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자신의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들을 구하기 위해 시장에 나갑니다. 그는 오전 9시 즈음에 한 무리의 일꾼들을 구해 저녁까지 일을 시킵니다. 또한 그는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시장에 나가 각각 한 무리의 일꾼들을 구해 자신의 포도 밭에서 저녁까지 일을 시킵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저녁이 되었을 무렵 포도원 주인은 오전 9시부터 일을 한 일꾼이나 오후 5시부터 일한 일꾼이나 일을 한 시간에 상관 없이 모두 각각에게 1 데나리온을 품삯으로 지급합니다. 이에 오전 9시부터 일한 일꾼들은 불만을 품고 포도원 주인에게 왜 많이 일한 일꾼이나 적게 일한 일꾼이나 같은 보상을 하는지에 대해 항의합니다. 하지만 포도원 주인은 자신이 나중 된 사람들에게도 먼저 된 사람들과 똑같이 주기를 희망한다고 하며 일꾼들을 돌려보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이 포도원 주인과 같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스테이시 애덤스(J. Stacy Adams, 1965 ) 에 의해 주창된 공정성 이론에 따르면 일꾼 또는 종업원들은 그들의 직무에 투입물(Input, I, 예를 들어 노력, 경험, 교육, 역량)과 산출물(Output, O, 예를 들어 품삯, 월급 수준, 월급 인상, 조직에서 받는 인정)을 다른 동료들과 비교합니다. 즉, 그들은 자신의 투입물 대비 산출물(O/IM)과 다른 사람들의 투입물 대비 산출물(O/IO)을 비교합니다. 이때 만약 관련된 사람들의 비율과 자신의 비율이 동일하다고 지각하면 주어진 상황이 공정하다고 지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비율이 동일하지 않다고 지각하여 스스로 낮은 보상을 받고 있다거나 과하게 보상을 받고 있다고 인지하게 되면 개인은 주어진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각하게 됩니다. (표 1 참조) 공정성 이론에 기초하여 개인들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할 때 보통 그들은 다음의 여섯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합니다.

1. 자신의 투입물 변경 (예: 보상을 적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인이 본인의 노력을 줄임.)
2. 자신의 산출물 변경 (예: 보상을 적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인이 단위당 성과급 체계 하에서 낮은 품질의 단위를
더 많이 생산하여 성과급을 올림.)
3. 자신의 지각 왜곡 (예: 보상을 과하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인이 "나는 남들과 일을 비슷하게 하고 있는 줄
알었더니 알고 보니 내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군" 이라고 생각함.)
4.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각 왜곡 (예: 보상을 과하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인이 "알고 보니 김씨는 일을 열심히 하는게 아니었군" 이라고 생각함.)
5. 다른 준거 대상 선택 (예: 보상을 적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인이 "최씨 보다 많이 벌지는 않지만 아버지가 내 나이때의 상황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훨씬 낫지"라고 생각함.)
6. 현 직장 이탈 (예: 사직)

물론 여러 연구들이 공정성 이론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한 보상에 의한 불공정성은 해당개인의 행동 변화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과 모든 사람들이 공정성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도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바입니다.

공정성 이론에 비추어 봤을 때 오전 9시부터 고용되었던 포도원의 일꾼들은 낮은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 것인 반면 오후 5시부터 고용되었던 포도원의 일꾼들은 과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포도원 일꾼들 사이에 전반적으로 불공정성에 대한 지각이 팽배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만약 포도원의 주인이 이러한 보상체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포도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일꾼들을 모집하고 동기부여 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입니다. 먼저, 오래 일하나 덜 적게 일하나 같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이 포도원의 운영 방침이 시장의 일꾼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다면 이 포도원에는 게으른 성향을 가진 일꾼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 예측 할 수 있습니다 (정렬효과, Sorting Effect).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일꾼들은 열심히 오래 일한 만큼의 대가를 더 받을 수 있는 다른 포도원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일꾼이 해당 포도원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이 일꾼은 열심히 일할 동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동기부여효과, Motivational Effect). 일꾼들이 어차피 모두 같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게으름을 피우며 남들보다 덜 일 하는 것이 종국에는 이득이라 인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이러한 정렬효과와 동기부여효과로 인해 해당 포도원의 생산성은 다른 포도원들의 생산성에 비해 매우 낮아지게 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공정성 이론, 정렬효과, 동기부여효과 등의 거창한 학문적 용어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하게 예측되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포도원의 생산성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포도원 주인이라면 아마 일꾼들에게 이러한 보상 체계를 적용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생산성을 극대화 하고자 한다면 일꾼들이 일한 시간만큼 보상을 한다거나, 수확한 포도의 숫자만큼 보상을 하는 등의 일꾼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공정성이 있고 일꾼들의 실제 생산성과 보상이 보다 합치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적용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는 바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공정성 이론이나 생산성 극대화 방안을 모르실 리가 없는데 인적자원관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찌 보면 이리도 형편 없는 경영자의 모습을 왜 성경에 기록해 두셨는지 입니다. 하지만 저는 포도원의 비유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우리에게 전해주시려고 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로, 하나님께서는 생산성의 극대화를 통해 당신의 업적이나 영광을 보다 높이 나타내기 보다는 저희 하나 하나를 동일하게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는 데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있으신 듯 합니다. 여러 신학자들은 9시부터 일을 한 사람들은 보다 먼저 하나님을 영접하게 된 사람들을, 오후 5시부터 일을 한 사람들은 나중에 하나님을 영접하게 된 사람들을 비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당신의 업적이나 영광을 보다 높이 나타내고자 하신다면 먼저 하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을 위해 일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보다 많은 보상을, 나중에 영접하고 일한 이들에게는 보다 적은 보상을 주시고자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보상 체계를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생산성을 극대화 하시고자 하기 보다는 당신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동일하게 얼마나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시고 아끼시는지를 보여주시는 보상체계를 선택하셨습니다. 둘째로, 하나님께서는 포도원의 비유를 통해 우리가 하나님의 보상체계와 마음을 이해하기를 바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미리 영접하고 포도원에서 오전 9시부터 일한 일꾼이라면 미리 일하고도 같은 보상을 받는 것이 어쩌면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오후 5시부터 일을 시작한 일꾼들이나 아직 일을 시작하지 못한 일꾼들도 하나님께서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는지를 우리가 이해하고 그들을 하나님과 함께 찾아 나서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보상체계와 하나님의 보상체계는 분명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포도원 일꾼의 비유를 통해 하나님께서 왜 이런 보상체계를 선택하셨는지를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 보상체계 하에 하나님께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시는지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포도원에 도착한 시간과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을 하고, 나중에 포도원에 도착한 일꾼들을 온 마음으로 환영해 주고, 하나님과 함께 시장에 나가 보다 많은 일꾼들을 모집하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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