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통해 순종을 가르쳐 주시는 하나님
05/08/16
김현섭

서울대학교 경영학사
하바드대학교 통계학 석사
2012년 듀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현재 코넬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조교수
저는 약 3년 반 전인 2012년 7월 뉴욕주 이타카에 있는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조교수로 부임해서 지금까지 재무와 금융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예수님을 새롭게 만난 감격과,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즐거운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특히 아내와 이타카로 오기 전 교회에서 필요한 일에 함께 쓰임받고 싶다고 이야기 했고, 코넬한인교회에 출석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담임목사님께서 청소년부를 섬겨줄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그 이메일을 받고 생각난 것은 '순종'이었고 저와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섬기겠다는 답장을 했습니다. 또한 교회 재정부장으로 일년간 일했는데, 사실 그 전에 교회의 일을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두가지 면에서 동시에 섬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청소년부 교사를 하면서는 성경 말씀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해서 힘들었고, 처음 시작한 학교 일과 교회 사역 사이에서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 두 사역은 말씀을 잘 모르고, 하나님의 교회 운영에 대해 잘 모르는 저를 훈련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부를 맡으신 부목사님과 매주 성경공부를 하고, 긴밀히 교제하면서 말씀과 신앙의 삶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예수님을 믿고 변화되는 것은 아이와 어른이 같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교회를 섬기고 학교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은 저를 '겸손'하게 만드시고 어려울 때 하나님의 뜻을 찾아 '순종'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사실 처음 코넬에 왔을 때 저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첫해부터 제가 쓴 여러 논문들이 유명 학회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주위의 동료 교수들도 제 연구에 대해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학회에 참석하면서 생긴 여행 경비로 인해 조교수 1년을 마쳤을 때 연구비가 적자가 상당히 누적돠었습니다. 사실 저는 내심 '이렇게 좋은 학회에서 학교 이름을 알리면서 생긴 적자인데 학교에서 보전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실 많은 학교에서 그렇게 해 줍니다) 교무 부학장님께 당당히 연구비 적자를 탕감하고 다음해 연구비도 올려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자신감이었을까요, 결과는 완벽한 거절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해에 생긴 적자를 3년후까지 없애는 계획을 세우라는 요청만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학장님이 젊은 조교수의 연구활동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타 학교의 조교수들 예를 들면서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임을 설득하려 했지만 여전히 그 학장님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저와의 관계만 악화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수 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은 후 어느 순간 제 마음 속에 든 단어는 '순종'이었습니다. 특히 로마서 13장 1-2절의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그러므로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름이니 거스르는 자들은 심판을 자취하리라." 라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저의 상급자인 부학장님에게 저의 논리와 이유를 들어 순종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은 거스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곧 그 학장님의 요청을 따르겠다는 대답을 했고, 이후 그분과의 관계도 점차 회복되었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서 내 판단으로 하나님의 뜻이나 권력이 있는 자의 뜻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이 일 하시도록 하는 것임을 마음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구체적으로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몇가지 말씀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학교의 연구비는 하나님이 제게 청지기로 맡기신 재물인데, 제가 그에 맞게 조심스럽지 않게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둘째, 몇년이 지난 후 뒤돌아보니, 만약 연구비의 제한이 없어서 계속 많은 학회에 다녔다면 많은 시간을 여행에 씀으로써 제가 실제로 연구할 시간과 힘이 부족했을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이 경험을 통해 제 마음 속에 있는 저에 대한 (또는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하나님이 드러내셔서, 마치 제 능력과 노력으로 얻은 것 같은 모든 일이 사실은 하나님에 저에게 주신 것이며, 주시지 않은 것 또한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오래전부터 연구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교수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의하는 일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임 첫해부터 수업이 그리 원만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중간고사의 길이를 너무 길게 하여 학생들이 크게 항의를 하기도 했고, 첫해부터 연구 성과 면에서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연구와 수업에 둘다 힘을 쏟다보니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고 많았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받은 학생들의 강의 평가도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낙심하고 있는 중에 하나님이 제게 주신 질문이 있었습니다. "너는 학생들을 사랑하느냐?" 저는 항상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기도하며 생각해보니,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제 연구 성과를 더 내기 위해 강의에 대한 노력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강의를 하려는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학생들로부터 좋은 강의 평가를 받아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음도 발견하였습니다. 만약 첫해부터 저의 욕심만큼 좋은 강의 평가를 받았다면 이런 제 마음 상태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보이기에 어려운 상황을 통해 저를 겸손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모든 일에 하나님께 감사드림으로 기도응답을 받을 일이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지도하는 박사과정 학생이 최근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한달이 넘게 연락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연구하는 것이 너무 벅차서 한동안 쉬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학생이 걱정이 되는 한편, 그 이메일을 받기 얼마 전 함께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논문으로 진행시키자고 얘기를 한 상태라 사실 실망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면서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한달여가 지났을 때 저는 어느날 밤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그 학생이 일을 하지 않게 된 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일어난 줄 압니다. 이런 상황을 허락하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고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그 학생에게서 온 이메일이 있었습니다. 상담사와 얘기를 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다시 조금씩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그 동안 자신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성한 30쪽 가량의 논문을 저에게 보낸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학생이 메일을 보낸 시간이 제가 기도를 한 후 약 한시간 후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도 있고 왜 그 학생이 그 시점에 갑자기 마음을 돌려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에게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음을 고백했을 때 하나님이 일하시기 시작하심을 경험한 놀라는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죄인이기에 어떤 일이 생기면 제 생각과, 자부심, 걱정이 앞서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 이타카에서 지난 몇 년간 교회와 직장에서 일할 때 하나님은 저에게 보기에 어려운 상황과 일을 통해서 제 생각을 내려 놓고 하나님 뜻에 순종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가지신 뜻을 제가 이 세상에서 살면서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저는 주님이 우리를 위해 선한 계획을 갖고 계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과 어떤 상황도 주님께 감사하고 주님을 찬양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여기서 나눈 몇가지 경험들이 읽으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가 경험한 '순종'과 '찬양'의 힘을 보여드렸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