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기도 (Jesus Prayer)
11/19/14
강석제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 (M. Div)
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 (Th. M. 조직신학 전공 )
Regis College, University of Toronto(STM 영성신학 전공 )
오타와 한인교회 담임목사
I. 문제 - 마음
20세기 영성가인 토마스 머튼은 우리의 분주한 마음을 까마귀에 비유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까마귀를 닮았습니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모든 것을 물어 올립니다. 때로는 그 중에 금속들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어서 둥지를 불편하게 만들텐데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토마스 머튼의 글은 우리 영성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를 깨닫게 합니다. 반짝거리는 것이면 무조건 모아 들이는 것입니다. 허영, 불안, 자기 경건, 방종, 자존심, 불신앙, 성공과 같은 것들을 보면 그것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마음과 영혼과 몸까지 괴롭히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때로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우리 안에 모아 둡니다. 마치 엘벧엘에 오르기 전까지 온갖 우상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있었던 야곱의 가족들처럼, 우리에게도 반짝거리는 것들을 주워 마음에 들여 놓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사야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위선과 기만을 비판하시면서 진정한 영성은 입이 아닌 마음의 문제임을 지적하셨습니다.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 하며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나 그들의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사 29:13). 하나님은 우리 입술의 말에 휘둘리는 분이 아니십니다. 입에 발린 말(lip service)은 사람에게 통할지는 몰라도 하나님에게는 진노만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 그것이 기도라는 형식의 말이건, 찬양이라는 거룩한 노래이건 예외는 없습니다. "믿는 사람들은 군병같으니" 찬양을 불러도, 탈영병이나 패잔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찬양의 능력도 의미도 얻지 못합니다.
제자들이 정결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었던 유대인을 향해 예수께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 15:11). 이후에 베드로가 이 말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을 때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마 15:18-20).
이미 앞서서 말씀드렸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분명히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기도는 입술의 말이 아닌 마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만약 기도자의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 겸손과 인내와 사랑이 가득하다면, 한 마디 말에도 그 기도는 하나님이 받으시는 기도가 됩니다. 이에 반해, 기도자의 마음에 악과 음란과 탐욕과 이기심과 조급함과 핑계거리가 가득하다면, 그 기도는 마음의 더러운 것을 뿜어 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외식하는 기도와 중언부언하는 기도를 싫어하신 것입니다. 외식하는 기도는 그 마음에 자기 경건을 사람들에게 보여 자랑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나온 것입니다. 중언부언하는 기도는 장황한 말을 늘어 놓으며 길게 기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이 행동을 '이방인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마 6:7). 하나님을 신앙하지 않는 자들의 마음과 동일함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반짝거리는 말과 열정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마음에 진실함이 없다면,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들의 우상숭배 혹은 종교를 통해 충족시키려는 인본주의적 행동에 불과합니다.
II. 해결 - 예수 기도
관상기도, Lectio Divina, 구심기도(Centering Prayer) 등은 우리를 진실한 마음에 도달하도록 돕고, 우리의 마음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고, 하나님과 영적 사귐안에 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도 방법들(혹은 기도의 상태)입니다.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의 기도가 지적이고 언어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런 기도 방법들은 고요한 마음을 강조하며, 언어를 사용한다 해도 언어 이상의 관계를 중시합니다.
헨리 나우웬은 마음의 기도의 특징을 ①짧은 기도, ②끊임이 없는 기도, ③포괄적인 기도로 말했습니다. 예수기도는 이러한 마음 기도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동원 목사는 이 예수 기도의 전통적인 4가지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①예수의 이름을 부름으로 그의 사랑을 경험함,②죄에 대하여 슬퍼하는 민감성의 개발, ③기도의 반복적인 수행 ("쉬지말고 기도하라"),④내적 고요를 실천하는 마음의 집중
예수 기도에는 기본 문장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Lord Jesus Christ, the Son of God, have mercy on me, a sinner).
이 기도문이 마음기도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우리에게 전해진 데는 동방교회 전통의 공헌이 컸습니다. 6세기경 이집트의 수도자의 책인 '사부 빌레몬의 생애' 에서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후 7세기경 성요한 클라마쿠스(John Clamacus)에 의해 영성적인 기도문으로 추천되었고, 13세기 아토스 성산의 수도자 니케포루스(Nicephorus)는 호흡의 리듬을 사용한 몸 기도와 함께 마음을 비우기 위한 기도로서 '예수 기도'를 추천합니다.
순례의 길(The Way of the Pilgrim)이라고 불리는 러시아 농부의 이야기는 예수 기도의 유용함과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 농부는 교회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라"(살전 5:17)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 이후로 이것이 실제로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하게 됐고 교회마다 다니면서 자기가 바라는 대답을 얻고자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한 영성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끊임없는 내적 기도는 하나님께 대한 인간 정신의 계속적인 열망이다. 이러한 위안이 되는 실천에 성공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자주 하나님께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도록 간청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 기도하라. 그리고 더 열렬히 기도하라. 기도가 어떻게 끊임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당신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기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 다음 이 영성가는 농부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순례자로서 러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그 농부는 이 기도를 그의 입술로 수천 번을 암송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기도를 참된 동반자로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그는 그 기도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입술에서 자기 마음으로 옮겨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고동치고 있는 나의 마음(심장)이 마치 맥박이 뛸 때마다 그 안에서 기도의 말들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나는 나의 입술로 기도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 후에 헨리 나우웬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한다.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는 기도에 이르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운다. 그 기도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육체 노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일지라도 내 안에서 계속 진행된다. 이제 기도는 생활을 통해서 나를 인도하는 하나님의 성령의 적극적인 현존이 된다"(헨리 나우웬, 마음의 길)
III. 예수 기도의 성경적/신앙고백적 원리
예수 기도는 주문이 아닙니다. 복음의 정신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자신의 전 삶에 초대하고 예수님의 능력이 자신의 전 삶에 영향을 끼치기를 원하는 모든 성도들이 알아야 하는 신앙고백으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예수 기도는 성경의 기도입니다.
1) 주되심 (Lordship)
복음의 모든 가르침은 사람으로 오신 예수님의 이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예수기도의 처음 절반은 주님을 믿는 우리의 신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를 때, 우리는 성육신의 역사적 사건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하나님과 동등하신 영원하신 분으로 고백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를 향해 도마가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예수는 우리의 하나님이며 주님이십니다.
2) 예수 (성육신하신,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그 분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바울이 말한 것처럼, 메시야는 육신의 혈통으로는 "다윗의 자손" 이며, 영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신"(롬 1:4)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메시야)라고 지성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귀신도 가능한 일입니다. 약 2:1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적동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의 올바른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분의 이름을 부를 때, 그 분과 나누는 교제의 감격이 있어야 합니다.
3)그리스도 (언약, 예언의 성취)
갈릴리에 사셨으며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 분을 보기 위해, 우리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오직 성령님만이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주되심을 우리에게 계시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우리가 믿는 예수님을 구약의 예언을 완성했던 메시야로 고백한다는 뜻입니다.
4)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 eleison / elaion)
예수 기도의 전반부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에 대한 고백이며, 후반부는 자비를 구하는 짧은 탄원입니다.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말은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탄원 문구입니다.이 단어는 올리브(감람) 나무와 올리브 기름을 의미하는 elaion과 동일한 어근을 가지고 있는데요, 성경에서는 올리브가 하나님의 자비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마음속에 상상하는 것은 우리 안에 기도에 대한 풍성한 이미지와 정서적 공감을 느끼도록 돕습니다. 두 경우만 소개합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물이 빠졌음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는 비둘기를 보냈는데, 그 비둘기는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왔습니다(창 8:11). 감람나무 새 잎사귀는, 새 역사를 만드시는 하나님 자비의 상징이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만난 자를 위해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하여 치료하고 돌봅니다. 그 중에 하나, 그는 기름을 부어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했습니다(눅 10:34). 올리브 기름은 일반적인 치료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성전을 밝히는 등불의 기름,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에게 부었던 기름을 묵상하면, 하나님의 자비가 모든 것의 근원임을 알고, 느낄 수 있습니다.
IV. 예수 기도의 방법
예수 기도는 기본 문장을 반복하여 드리는 기도입니다. 본기도에 앞서서 드리기도 하고, 오직 이 기도만 드리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기도 자세로 하기도 하며, 일상에서 우리 마음을 다해 기도하기도 합니다. 즉 예수 기도는 다양한 방법과 환경에서 드려집니다. 그러나 이 기도를 드리기 원하는 분들에게 다음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1) 올바른 자세를 하세요. 허리를 곧게 펴고, 편안하고,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를 가집니다.
2) 처음에는 5분 정도만 해 보세요. 그리고 익숙해 지면 점차 시간을 늘려가십시오.
3) 자연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깊게 호흡하세요. 호흡과 함께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지도록 하십시오. 조급하게 기도를 시작하지 마십시오.
4) 본격적으로 기도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과 의식이 예수님을 향해 열리는 은총을 간구합니다.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기도하기 보다, 성령의 은혜로 기도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 부탁하십시오. 우리 내면(영혼, 의지, 의식)이 깨어나 기도하는 느낌을 품고 예수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예수 기도를 천천히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반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잡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성경의 올리브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예수 기도가 갖는 단어의 신앙고백의 의미를 묵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 기도는 지성의 함양을 위한 기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성과 의지와 기억을 동반하지만 마음에 평화가 임하고, 내주하시는 성령을 마음으로 느끼고, 진실한 마음이 하나님을 사모하도록 해야 합니다.
6) 예수 기도를 일정 시간 드린 후, 간구의 기도나 그 외의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본인이 원한다면 하나님의 임재 안에 조용히 머무를 수 있습니다.
7) 예수 기도 중에 부분이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며 기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비를 베푸소서"를 기본 탄원으로 하며, 저에게…가족들에게…민족에게…교회 위에 라는 대상을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혹은 "자비"라는 말만 반복하여, 구심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8) 예수 기도는 일상에서도 드릴 수 있습니다. 틈이 나는대로 이 기도를 드립니다. 할 수 있다면, 여러분들의 의식이 주님을 바라보며 주님의 자비를 발견하고자 할 때마다 이 기도를 드려보십시오. 걸을 때나, 음식을 먹을 때나, 신문을 볼 때나, 누군가 대화할 때와 같이 시간과 장소를 제한하지 말고, 기도를 드려보십시오.
9) 이 기도는 주문이 아님을 명심하십시오. 여러분의 말에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의지와 욕망에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계신 성령님과 교감하고, 말씀으로 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과 몸과 인격과 감정을 인도하시도록 해야 함을 기억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