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뿌옇게 동이 터올 때 즈음이면 산에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동네 자락 어귀에 있는 수리산에 오르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꼬리를 물고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나도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하던 산행이 주말이면 '산으로!' 가 되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일찍 서둘러 간단한 간식과 물이 든 가방을 둘러메고 아이들과 듬직한 벤(강아지 이름)을 데리고 산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맑은 시냇물 줄기를 끼고 우거진 숲 길을 한창 오르는데 막내가 기이하게 생긴 나무를 가리키며, "저 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모두 궁금하여 가까이 가서 보았다. 나무는 한 뼘 정도 자라다가 사랑하는 사람 둘이 앉을 자리만큼 옆으로 땅과 평행으로 누워 자라다 또 한번 햇살의 따스함을 맛보기 위하여 하늘을 향하여 쭉 뻗어 초록의 무성한 잎사귀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올라 오시느라 힘들었죠? 쉬었다 가세요, 나는 당신들을 위하여 이 자리에 있답니다' 나무의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듯 아이들은 한번씩 앉아보고 나무 밑둥과 위를 바라보며 이 나무가 이렇게 자라게 된 이유를 제가끔 이야기 하였다.
지금 나무가 만들어준 의자에 앉아 웃고 신기하여 사진을 찍지만 이 나무에게 어떤 감당하기 힘들었던 일로 자라다 꺾어져 누워서 자라야만 했는가, 나무가 옆으로 휘어지는 고통 속에 얼마나 살려고 발버둥을 친 결과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 남았을까? 마음이 찡해 오면서 한 내담자가 떠 올랐다. 삶에 지친듯이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들어오는 여인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거칠하고 마른 얼굴은 힘겨운 듯이 주름을 만들고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녀가 어릴 때 그녀의 부모님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시면서 어린 동생과 함께 외할머니댁에 맡겨졌다. 그녀가 외할머니 집에 동생과 부모님 손을 잡고 소풍 온 기분으로 뛰놀다 잠이 어설프게 들었을 때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그녀와 동생을 잘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소리를 듣고 이불 속에서 밤새도록 흐느껴 울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공항까지 따라갔지만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두고 안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엄마의 눈에서 자신이 사라져야 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떠났다. 엄마가 자신이 없어진 것을 알면 자신을 찾으려고 비행기를 못 타시겠지 하는 어린 마음에 가족으로부터 도망하여, 커다른 기둥 뒤에 숨어서 엄마 아빠를 지켜보며 간절한 마음으로 가시지 않기를 바랐지만 부모님은 그녀를 찾다가 시간이 되자 탑승문으로 들어가고 그 모습에 기둥 뒤에서 엉엉 울다 눈물을 닦고 외할머니마저 자신을 두고 갈까 두려워 화장실갔다 온 척하였단다.
그리고 외할머니 집에서 보내는 10년의 시간동안 언어폭력과 폭행 그리고 방치로 인한 상처는 시멘트같이 굳은 응어리가 되었다. "네가 안 태어났으면 너의 엄마가 고생을 안하는데 왜 태어나서 엄마 고생을 시키니", "그러니깐 엄마없이 자랐다는 소리 듣는거야" 하는 외할머니의 넋두리에 엄마 없이 자란 아이라는 소리를 안들으려 화를 저 깊은 곳에 누르고 억제하였다. 이러한 두려운 현실과 맞부딪치지 않으려, 슬픔의 감정들을 마비시키기 위해 완벽주의와 엄격한 자기 통제을 하기 시작하였단다. 억울함을 사방 둘러봐도 어느 누구에게 말 할 수도 없고 들어 줄 사람없이 자란 그녀는 외로워하면서도 마치 고슴도치가 움추리고 가시를 세우고 남편에게나 아이에게 비난과 비평을 쏟아붓고 그 누구와도 마음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듯 매사에 가시돋듯이 반응하는 정서의 밑바닥에는 해결되지 못한 분노와 우울감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감정이 메말라 버린 생활은 흑백의 논리로 파악하여 매사에 비판적이고 비관적이 되어 지나치게 격렬한 감정표현을 하든지 아니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넘어가든지 하였단다. 인정받지 못하고 거절 당하는 느낌을 갖고 살아온 그녀에게 외도로 집을 나가 버린 남편, 직장 생활하며 혼자 양육하기에 짐이 되는 아이,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이 휘어지고 뒤틀어진 나무와도 같은 여인은 나무의 나이테에 나타난 상처들을, 마치 깊은 바다에 잠긴 엉기고 설킨 잠재물들을 탐색해야 할 내담자였다.
"왜 나는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기나요?, 자신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못난 존재라서 그런가봐요" 라고 자신을 자책하는지 먼저 자책감을 통찰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과 대인 관계의 영역까지 깊게 영향을 미치어서 사람들이 종종 사고에 따라 행동하며 두려워했던 대로 되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심한 언어폭력이나 학대, 방치로 자란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쉽게 분노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되었다. 학대는 다양한 형태의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학대를 포함하며, 친척, 양육자, 또는 희생자와 가까이 연결되어 사람이 행하는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고, 낯선 사람에 의한 학대는 폭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이나 법정에서만이 다루어지곤 한다. 특히 집에서 일어나는 폭력, 근친상간,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어린이 성 착취, 가정 폭력, 어린이 방치와 강간, 부모학대 등은 점점 더 나빠지며 증가하고 있음을 신문이나 뉴스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연구논문에서 발견한 학대를 살펴보면 아동학대는 18세 미만인 청소년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상처, 방치, 성적인 착취를 포함하며 다른 모든 형태의 학대를 의미하며, 폭력과 강간, 배우자, 폭력은 부부 중 가해자, 피해자인 경우로 감정적으로 혹은 육체적으로 통제하거나 구속하려는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 연장자 학대, 성적학대에서 어린이 성적학대는 어린이와 함께 하는 어른 혹은 청소년의 부적절한 성행위를 말하며, 정서적 학대는 언어와 비언어 모두의 행동을 포함하는데 말과 방치는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상처를 줄 수 있다.
방치는 아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함을 의미하며, 영적학대는 대부분 교회나 종교기관의 지도자들이나 권위가 있고 통제하는 사람들이 성적착취를 하는 일을 포함한다. 그 밖에 학대로 청소년에 의한 이웃 폭행, 피고인들을 육체적 정서적으로 착취하는 일을 말하는데, 왜 사람들은 타인을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답은 인간의 죄악됨이지만, 간단하거나 유일한 원인은 없지만 상담자들은 수많고 복잡하며 중복되는 원인들을, 첫째는 환경적 스트레스를 꼽는다. 가정 내 폭력과 학대 조사 결과, 가정에서 아이들을 학대했던 남성의 58%가 배우자도 공격했고,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한 남성의 절반이 성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했다. 배우자 폭력을 겪은 가정의 86%에서 아이들 또한 육체적으로 폭행을 당하며, 계속되는 학대는 가족 모두에게 스며들어 반복된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둘째로 학습된 학대는 학대당한 어린이 혹은 부모에게 학대를 지켜본 어린이들은 후에 자신이 학대자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방치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돌보는 법을 전혀 모르므로 성장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방치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셋째로 인격적 영향에서는 학대자들은 많은 경우 불안정하며 충동적이고 위협적이거나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학대는 가족 스트레스로부터 혹은 학대자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여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넷째는 문화 문제로 텔레비전, 성적으로 폭력적인 영화, 게임, 음란물, 학대를 보도하는 뉴스에서 폭력이 노출되고, 폭력을 가르쳐주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와같은 학대와 방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학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근친상간의 피해자는 사람을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자존감이 낮으며 성적 정체성에 갈등하고 부끄러움, 죄의식 혹은 수치스러움, 고립과 외로움을 느끼는 경향이 있고, 성적폭행은 불안, 수면장애, 분노, 성적 장애, 약물중독, 두려움, 우울 그리고 낮은 자존감의 특징을 보이며, 학대 경험은 삶의 전반적인 문제를 일으킬 경우가 많다.
또한 학대당한 10대는 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정상보다 범죄 행위에 빠질 경향이 더 많고, 학대당한 아내는 두려움, 분노, 우울, 자존감 결여를 느끼며 자주 무력감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강간 희생자는 다른 여성보다 불안, 우울, 성적 어려움, 가족 긴장, 일과 사회 적응에서 약화, 소외, 자기 비난, 무관심 그리고 무력증으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많으며, 연장자 피해자는 관계 속에서 난처함, 무력감을 느끼지만 대부분 불평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기관에 보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불신, 사회적인 단절, 혹은 더 학대당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많은 노인들은 침묵 속에서 고통당하는 경우가 있다.
학대는 피해자의 감정, 사고, 행동 그리고 영성에까지 영향을 끼치는데 우선 감정에서 희생자들은 종종 화가 나고, 두렵고, 수치나 죄의식을 느끼고, 당황하고,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끼며, 또한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으며 일부 학대 피해자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 자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많은 희생자들은 우울증으로, 때로 자기 연민을 느끼고 타인과 친밀해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사고적인 면에서 학대 피해자들은 종종 자아 개념과 자존감이 낮으며, 매력 없고, 무능력하며 부적절하고 의존적이거나 타인이 원치않는 존재라 생각하므로 자신이 받는 학대는 스스로 학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여 더 많은 학대를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행동적인 면을 살펴보면 학대 피해자들이 반사회적인 행동, 학습 불능, 대인 긴장, 비효율적인 능력, 가해자가 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중독이 되는 경우는 자기 파괴적이지만 불안을 피하려는 방법일 수 있다. 영성의 면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하나님이 어디 계신지 혼란스러워 한다. 왜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고 학대를 막거나 예방하지 않으셨는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화를 내며, 이것이 상담자에게 향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대의 영향에서 이러한 증상들이 학대 피해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희생자들은 누구보다 쾌할하며 학대가 있었다 하여도 영향을 보여주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학대보다 오히려 방치가 희생자에게 더 큰 영향를 줄수 있다는 것을 보고한다. 또한 학대의 영향은 희생자가 단 한명의 고통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나, 친구, 이웃 등이 있다. 한 나무가 병들면 주위의 나무들도 병들어 버리는 경우와 같다.
나무에도 성장과정이 나이테에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병충해와 가뭄, 산불 등을 알 수 있으며, 휘어지고 뒤틀린 나무의 형태를 보면 작고 커다란 상처들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단다. 인간이 아무리 외모로 가꾸고 가면을 쓴다 하여도 사람들의 내면에 인생의 나이테가 기록되어 있어 아주 오래된 아픈 상처들,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억눌려져 있던 기억들은 행동에서 언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는 마음이 아픈 것과 죄 사이 어딘가에 성경이 말하는 연약한 부분이 있는데 무엇보다 자신의 연약한 부분들을 빨리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꽁꽁 눌러 억압해둔 어둡고 아픈 감정들을 꺼내 그것들을 이해하고 그것들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여 내면의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자신이 한 인간으로 존엄하고 사랑받을만 하다는 것을 깨닫고 믿게 되면 비로소 진정한 치료가 이루어진다. 마치 산행 중에 만난 기이하게 옆으로 누운 나무가 커다란 고통을 이기고 사람들에게 안락한 쉼을 제공하여 주고 즐거움을 주듯 그녀에게도 진정한 치유로 자유함을 얻고 높이 더 높이 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서적 : 크리스천 카운슬링(두란노 출판) 게리콜린스 작,
정동수 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