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길 목사 칼럼
천년 그대로
바다 건너 외딴 고도(孤島)의 아린세월
IONA 수도원 마당 한 복판
숱한 경륜을 걸머진 묵직한 겔릭(Celic) 십자가
한결같이 교회당 문 앞 홀로 당당히 서서
장하게 버티어 내는 수사(修師)
눈비에 부딪겨 말갛게 달아 시린
몰아친 폭풍에 금이 간 둔탁한 십자가
천둥 번개로 깨어진 앙상한 고상(苦像)
빛바랜 십자가 틈 사이 마른 이끼
망가진 돌 십자가로 묵묵히 서서
여전히 연달아 들려오는
스캇트랜드의 울부짖는 우렁찬 파도소리를 듣는다.
천년 부서지는 고난을 잠재우며
드높은 푸른하늘 아래 고고(高孤)히
수도원 대문 밖 한대에서
태평양 파도에 둘러싸여
바람에 날근자락을 말리는 부서진 돌 십자가
오늘도 태양은
한줄기 따뜻한 햇빛으로 십자가를 비추며
당찬 스캇티쉬의 가슴팍에 겔릭 십자가로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