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에서 들려오는 소리
15호

수도원에 찾아오는 사람들

10/12/14   김창길

개신교 수도원 수도회 원장
뉴저지장로교회 원로목사
해외 한인장로회 뉴저지노회 공로목사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부르짖는 외침
내가 지금껏 쌓아 왔던 모든 것이,
의심 없이 믿었던 것이, 단숨에 무너질 때
아무 것도 소용이 없이 곁을 떠나가 버린 빈 자리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이 예수님께로 나가
주님의 음성으로 조용히 쉼을 얻는 수도원

전화 녹음을 틀었다. 여인의 작은 목소리인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두번째로 튼 녹음은 역시 작은 소리였지만 "김창길목사님 이 번호로 전화 좀 부탁합니다." 라는 겨우 알아 들을 수 있는 가냘픈 목소리였다.

2월 5일 밤에 "여보세요 김창길입니다." 라고 전화를 걸었다. "네, 저 목사님을 뵙고 의논할 것이 있는데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오늘과 내일은 눈이 무릎까지 쌓여서 자동차 운전하기 힘드시니까 눈이 멈추고 길에 눈이 치워지면 주말 쯤에 만나면 어떨까요?" "아니예요. 내일 가겠어요. 주소만 주십시요." "TV 뉴스에 모든 학교와 공공기관들이 휴교와 휴무를 한다고 했는데....., 눈 비상령이 내려졌는데." "괜찮아요. 저희가 가는 것은 걱정 마세요. 뉴저지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문제 없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10시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월 6일
내외가 용케도 눈길을 헤치고 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셨습니까?" 뉴욕 뉴저지에서 김목사님은 다 알지요 유명하시니까... 목사님을 몇번 집회에서 뵌적이 있습니다." "네, 그래요?"
"저희들은 미국에 이민온지 20년 가까이 되어옵니다. 미국에서 예수 믿고 세례 받고 집사가 되었고 10년이 넘게 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집도 사고 내년이면 pay off하게 됩니다. 두 아이들은 대학원과 대학을 졸업시켰고 큰 아이는 의사가 되어 결혼하여 타주에서 아이낳고 살고 있으며 동생은 작년에 대학 졸업과 동시에 타주에 있는 회사에 취직되어 회사 가까운 데로 방을 얻어 나갔습니다. 이때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는데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22살 젊은 나이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몇 달 전 딸아이가 엄마에게 고백함으로 첨으로 딸이 마약하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타이르다가 집으로 다시 들어 오게 하고 직장도 그만 두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딸은 남자친구를 사랑하여 못 잊어하고 몰래 만나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찾아 가 두 젊은이의 장래를 위하여 마약을 끊게 하기 위해 만나지 못하게 하자고 부탁했습니다. 남자 친구의 어머니는 마약 끊는게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해 주셔야 한다고 한숨섞인 말을 하시며 아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고 합니다."

엄마는 동생을 언니 집에 한달 동안 보내어 언니의 충고와 상의를 통해 동생이 나아지기를 바랬지만 언니는 "엄마, 동생은 이미 대학을 졸업한 성인이므로 본인이 자기 앞날을 결정할 문제"라고 하면서 자기는 더 이상 동생을 도와 줄 힘이 없다고 하면서 안타까워 했단다.

이민와서 20년 동안 오직 자녀들을 위하여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 까지 동분서주 하면서 뼈빠지게 뛰고 살았는데 뜻하지 않게 작은 아이의 마약문제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 이민 와서 제대로 살았는가? 딸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근본적인 문제에 회의를 느끼면서 삶이 통채로 흔들려진다고 하면서 집사님들은 계속 흘러 내리는 눈물을 클리넥스로 닦아 내리면서 한숨과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하도 기가 막힌 부모들은 집을 복덕방에 내놓고 팔리면 이곳을 딸과 함께 멀리 떠나기로 했단다. 한적한 곳에 살고 싶단다.

"목사님. 이제 저희들은 어떻하면 좋습니까? 저희 딸을 어떻하면 저 웅덩이에서 건져낼 수 있습니까? 저희 아이는 절대로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한숨짓는 부모의 독백이다. "나의 사랑하는 딸을 마약에서 어떻게 건져낼 수 있을까요? 치료하는 shelter에 보낼가 생각도 했습니다. 어떤 선교지로 보내어 신앙훈련을 시킬가요?" 아빠는 직장을 접고 몇달, 일년이라도 딸과 함께 봉사를 떠나고 싶단다. 딸을 살리기 위해 여길 떠나고 싶단다. 한참 동안 부모들의 상한 감정과 허탈감, 실망과 좌절을 듣는 동안 그들은 감정과 맘을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우리 부모들도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책임이 있지 않겠느냐?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반성의 기회로 삼자"고 말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따님을 도울 사람이 필요합니다. 수도원의 에스더목사님은 1년 넘게 마약과 알콜로 이혼한 20대 후반의 영어권 여성을 말씀과 기도와 상담으로 치료과정을 돕고 있는데 지금은 마약을 끊었습니다. 만일 따님이 원한다면 에스더목사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의했다. 그 다음날 딸은 에스더목사님을 만나 한시간 반가량 만남을 가졌다.

내가 목회할 때는 이런 종류의 문제를 만나지 못했다. 비교적 평탄한 일로 교우들과 만났다. 아마도 엄청나게 아픈 자신의 일과 가족의 문제가 담임목회자에게 이야기되어질 때 훗날에 같은 교회에서 생활할 때 껄끄럽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는 수도원의 나이 든 목사를 찾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여러 종류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의사는 우리의 병을 다 고칠 수 있는가? 의사를 믿어도 되는가? (의사에게 우리의 병 문제를 다 맡길 수 있는가?)
생명 존재는 창조하신 그 분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 죽음 너머 그 분 안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기 때문에 잠시 사는 세상과 생명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그리고 내세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갖자. 평상시 잘 아는 권사님이 남편의 죽음을 앞에 두고 내일 2시에 주치의사팀이 family meeting을 하자고 하는데 family meeting을 하기 전에 목사님을 만나서 함께 기도하고 목사님의 조언을 받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 "목사님을 뵈러 가겠어요." 수도원에서 다음날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3월 14일
권사님은 무척 수척하고 피곤해 보였다. 나를 만나자 마자 첫 마디가 "목사님, 어떻해야 돼요? 어떻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해 주세요." "Memorial Sloan-Kettering Hospital의 담당 주치의사는 아빠가 지금껏 기계와 약에 의존하여 생존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고 호홉기를 뽑으면 곧 운명할 것이고 이제 부터는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엊그제만 해도 아빠는 악수할 때 손에 힘도 있었고 몇일 전만 해도 짧은 글로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Sloan-Kettering 병원이 암치료 병원 중 세계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라 하고 의사들은 가장 좋은 의과대학을 나온 수재의사들이고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의사라고 하지만 그동안 의사들은 이 방법으로 했다가 안 되면 저 방법으로 하고 다시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고는 마지막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의사들의 말을 종잡을 수가 없고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의사들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잠간의 침묵이 흐른 후 나는 말을 했다.

"권사님!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평생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며 잠깐 둘이 같이 삽니다. 부모님을 만나고 남편을 만나고, 선생을 만나고, 의사를 만나고 삽니다. 이들과의 만남은 그냥이 아니고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환자에게 의사는 아주 중요한 치료자이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모든 것을 정확히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는 환자들을 돕도록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적어도 환자는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크리스챤은 의사를 통해 가르쳐 주시는 의미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의사의 건의를 환자 당사자나 경우에 따라 반려자(보호자)가 듣고 결정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절대적인 의학지식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목사나 신부들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고 애쓰지만 제대로 다 알아내지 못합니다. 성직자들도 부족한 인간범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의 의견을 참고는 할 수 있습니다. 권사님이 기도하고 말씀 묵상하는 중에 성령님의 감동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드리는 데도 권사님의 맘에 내키는 용납이 없다면 그것 또 역시 성령님이 가르쳐 주신 계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냥 그대로 기다리십시오. 이 결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기도하며 주님께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이것은 내가 져야 할 십자가입니다. 혼자 답답할 때 자녀들과 상의하면서 주님이 주시는 지혜를 얻으십시요. 목사와 의사의 의견은 참고하는 것 뿐이고 결정은 배우자가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자녀들의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분명히 사람의 생명은 창조하신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고 사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 진 것처럼 죽음도 그 분의 장중에 있는 것입니다. 죽음은 사람이 임의로 할 수 있는 선택영역이 아닙니다."

권사님은 기도대에 무릎을 꿇고 머리숙여 흐느끼며 기도 드린 후 조용히 담대히 장로님의 병상 곁에서 끝까지 기도드리며 찬송부르며 호홉기를 낀채로 하늘나라로 가시는 남편을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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